문화, 키움 | 기획취재
순천 웹툰,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_ "이제 우리의 이야기가 필요한 때"
PC방과 노래방이 드물던 시절, 골목 어귀 2층엔 ‘만화방’이란 게 있었다. 요즘도 만화책을 대여해 볼 수 있지만 그때의 만화방과 같진 않을 터. 지금의 중장년이 청소년이던 시절, 낡고 해진 표지 귀퉁이를 넘기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공간들.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대양을 넘나드는 사랑에 울기도 하고, 가끔은 스포츠나 전쟁 영웅에 감동했던 그 옛날의 추억 말이다.
책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손바닥 안으로 옮겨진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바뀌었고, 만화에서 웹툰으로 이름도 달라졌다. 재밌는 건 똑같아서 웹툰은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 영화로 재탄생돼 활동 범위와 독자층을 넓히는 중이다. 웹툰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순천의 주요 사업 목표이기도 하다. 그 중심엔 웹툰 작가의 꿈을 지원하는 순천글로벌웹툰센터와 전남콘텐츠코리아랩, 또 순천대, 청암대, 제일대 등 지역 대학이 있다.
웹툰센터 안에 있는 ‘순천글로벌웹툰캠퍼스’에선 지역 작가의 창작활동 지원은 물론 웹툰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저희 캠퍼스는 작가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팅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기초, 중급, 스킬업과 배경 작업인 3D모델링 과정이 그것이고요.
이 교육을 통해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플랫폼에 연재 중인 작가도 있습니다.”
김영현 팀장의 설명대로라면 웹툰캠퍼스는 단기 체험보단 전문적 교육에 더 중점을 둔 곳이다. 관심 있는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그림’이라는 기술적 재능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낮진 않다는 것. 현재 그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순천 고유의 IP(지식재산권), 즉 콘텐츠다.
“우리 지역만의 콘텐츠 개발이 시급합니다.
콘텐츠를 제작 및 연재하고, 노출할 플랫폼도 필요하고요.
이런 점에서 기업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
서울권역을 제하면 부산(경남)이 웹툰 구축에 성공한 도시인데, 배출한 작가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예요.
부산에 견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죠.
일단 순천시만의 스토리를 찾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김영현 팀장은 순천 고유의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순천은 문화적 요소가 많은 곳이고, 여기서 나고 자란 이들의 추억은 웹툰 소재가 된다. 콘텐츠는 그림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스토리 작가나 채색 담당이 있어야 하고, 잘 기획해 줄 프로듀서도 필요하다.
“협력관계가 중요해요.
어느 한 부문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 아니란 말이죠.
결국 지자체나 기관, 대학(인력 창출 요소), 기업(수요 창출 요소)이 잘 연계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클러스터 체계가 무너지거든요.”
김 팀장의 바람은 순천의 이야기, 그래서 시민 누구나 즐겨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웹툰이란 것 자체가 독자들이 있어야 하잖아요.
순천의 웹툰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독자층이 구성되어야 하고, 그 독자가 우선 순천시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자부심을 갖고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웹툰센터 1층엔 만화책과 관련 서적, 또 웹툰을 전공한 순천 대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웹툰 산업의 중심에 선 젊은 실력자들 앞에서 저절로 어깨가 으쓱! 이 그림들이 풀어낼 순천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 옛날 만화방을 찾았던 10대 시절처럼 가슴이 몹시 설레었다.
2023 순천문화재단 홍보 기자단 / 황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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